Heretic〉: 믿음의 균열에 스며든 질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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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단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어떤 믿음은 설명할 수 없기에 더 단단하고,
또 어떤 믿음은 설명하려는 순간부터 균열이 생긴다.
영화 〈헤레틱(Heretic)〉은 그 균열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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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낯선 공간, 그리고 철학적인 침입자
한 외딴집.
종교를 전파하러 온 두 명의 젊은 여성 선교사.
그리고 슈트 차림의 중년 신사.
그는 겉보기엔 정중하고 호의적이지만, 그의 대화는 마치 면접처럼 일방적이고, 논리적이며, 끝내 사람을 해체해 버리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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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질문 하나가 던지는 균열
그가 처음 던지는 질문은 별것 없어 보인다.
“왜 믿는 거죠?”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미 믿음이라는 구조 전체를 시험하기 위한 신호탄이었다.
믿음은 설명 없이도 믿는 것이며, 의심 없이 작동할 때에야 진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믿음을 침착하게 파고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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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영화가 무서운 진짜 이유
〈헤레틱〉은 그런 식으로 시작된 심리적 포위의 영화다.
귀신도, 끔찍한 살인도 없다.
그런데도 손에 땀이 난다.
왜냐면 이 영화는 믿음이 깨질 때 느끼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시각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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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념과 흔들림 사이의 팍스턴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하나인 팍스턴은 순수한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한 점 의심도 없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신이고, 모든 판단은 신의 뜻에 맡긴다.
그런 그녀가 리드의 질문들 앞에 서게 되었을 때, 관객은 자연스레 팍스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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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드는 악역인가, 철학자인가
반면, 리드라는 인물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그는 종교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보고, 신화를 반복해 온 인간의 역사 속에서 믿음이란 결국 자기 위안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불쾌하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관객은 이 영화 속에서 단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철학적 대립의 구도를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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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용히 무너지는 것들
흥미로운 건, 영화가 이를 매우 조용하게 진행시킨다는 점이다.
거센 논쟁도, 큰 사건도 없다.
그저 대화.
그리고 침묵.
하지만 바로 그 사이에 무언가가 무너진다.
믿음인지, 인간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모를 어떤 중심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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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휴 그랜트가 만든 공기
휴 그랜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차가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늘 여유롭고 부드럽던 미소는 이번 작품에선 상대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작동한다.
그의 말의 끝은 흐리지 않고, 감정 없는 듯한 그 논리가 더욱 불쾌하다.
말없이 압도하는 연기.
그게 진짜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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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비처럼 스쳐가는 변화의 가능성
〈헤레틱〉의 끝은 명확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명확한 해답이 없는 것이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인물들이 겪은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에 관객이 함께 의문을 느끼게 만든다.
과연 인간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변화라는 것도 결국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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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믿음이 아닌, 믿고 있는 나를 바라보게 하는 영화
이 영화의 여운은 마치 짧게 스쳐간 나비 한 마리처럼 느껴진다.
잠깐 눈앞에 머물렀다 사라지는 그 존재는,
우리가 느끼는 변화의 순간이 반드시 지속되는 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변화를 원하고, 갈망하지만,
그 변화는 실제로 우리 안에 뿌리내릴 수 있는가?
〈헤레틱〉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만을 남긴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왜, 그리고 어떻게 믿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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