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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맛집 등)

헤레틱 결말 및 후기

by 코코엄마 202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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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tic〉: 믿음의 균열에 스며든 질문 하나




1. 단단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어떤 믿음은 설명할 수 없기에 더 단단하고,
또 어떤 믿음은 설명하려는 순간부터 균열이 생긴다.
영화 〈헤레틱(Heretic)〉은 그 균열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추적한다.


2. 낯선 공간, 그리고 철학적인 침입자


한 외딴집.
종교를 전파하러 온 두 명의 젊은 여성 선교사.
그리고 슈트 차림의 중년 신사.
그는 겉보기엔 정중하고 호의적이지만, 그의 대화는 마치 면접처럼 일방적이고, 논리적이며, 끝내 사람을 해체해 버리는 힘이 있다.

3. 질문 하나가 던지는 균열


그가 처음 던지는 질문은 별것 없어 보인다.
“왜 믿는 거죠?”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미 믿음이라는 구조 전체를 시험하기 위한 신호탄이었다.
믿음은 설명 없이도 믿는 것이며, 의심 없이 작동할 때에야 진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믿음을 침착하게 파고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4. 이 영화가 무서운 진짜 이유


〈헤레틱〉은 그런 식으로 시작된 심리적 포위의 영화다.
귀신도, 끔찍한 살인도 없다.
그런데도 손에 땀이 난다.
왜냐면 이 영화는 믿음이 깨질 때 느끼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시각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5. 신념과 흔들림 사이의 팍스턴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하나인 팍스턴은 순수한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한 점 의심도 없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신이고, 모든 판단은 신의 뜻에 맡긴다.
그런 그녀가 리드의 질문들 앞에 서게 되었을 때, 관객은 자연스레 팍스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6. 리드는 악역인가, 철학자인가


반면, 리드라는 인물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그는 종교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보고, 신화를 반복해 온 인간의 역사 속에서 믿음이란 결국 자기 위안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불쾌하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관객은 이 영화 속에서 단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철학적 대립의 구도를 목격하게 된다.

7. 조용히 무너지는 것들


흥미로운 건, 영화가 이를 매우 조용하게 진행시킨다는 점이다.
거센 논쟁도, 큰 사건도 없다.
그저 대화.
그리고 침묵.
하지만 바로 그 사이에 무언가가 무너진다.
믿음인지, 인간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모를 어떤 중심축이.


8. 휴 그랜트가 만든 공기


휴 그랜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차가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늘 여유롭고 부드럽던 미소는 이번 작품에선 상대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작동한다.
그의 말의 끝은 흐리지 않고, 감정 없는 듯한 그 논리가 더욱 불쾌하다.
말없이 압도하는 연기.
그게 진짜 공포였다.


9. 나비처럼 스쳐가는 변화의 가능성


〈헤레틱〉의 끝은 명확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명확한 해답이 없는 것이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인물들이 겪은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에 관객이 함께 의문을 느끼게 만든다.
과연 인간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변화라는 것도 결국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일 뿐인가?

10. 믿음이 아닌, 믿고 있는 나를 바라보게 하는 영화


이 영화의 여운은 마치 짧게 스쳐간 나비 한 마리처럼 느껴진다.
잠깐 눈앞에 머물렀다 사라지는 그 존재는,
우리가 느끼는 변화의 순간이 반드시 지속되는 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변화를 원하고, 갈망하지만,
그 변화는 실제로 우리 안에 뿌리내릴 수 있는가?
〈헤레틱〉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만을 남긴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왜, 그리고 어떻게 믿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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