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의 고체 비누의 위생

손 씻기가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손을 씻으며, 물로만 씻는 것이 아니라 비누 같은 세정 물품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손을 씻을 때 고체 비누가 있으면 왠지 비위생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손을 씻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서이고 그러면 비위생적인 상태의 손을 비누에 접촉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세균으로 가득한 손으로 고체 비누를 만졌다고 생각하니 의문이 생깁니다. 세균 가득한 손으로 비누를 만졌다면 그 비누는 오염된 상태가 아닐까요? 그러고 이런 비누를 사용해서 손을 씻으면 손이 더 더러워지지 않을까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누의 세정 원리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비누는 세균을 직접 제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피부에는 기름기가 있어서 먼지나 세균 등이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물로 씻는다면 먼지나 세균 중 일부는 제거할 수 있어도 기름기는 쉽게 제거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식용유가 손에 묻었을 때 물로만 씻으면 계속 미끈거리지만, 세제나 비누를 이용해 씻으면 쉽게 해결됩니다.

 

기름이 물에 잘 씻기지 않는 이유는 친유성기이기 때문입니다. 친유 성기는 친수성기에 반대되는 말로 물과 친화력이 낮고 기름과 친화력이 높은 원자단을 말합니다. 세균도 대부분 친유 성기이므로 물로만 씻어 내면 잘 씻기지 않아 비누 같은 세정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비누는 지방산과 염기로 구성됩니다. 즉, 친유 성기와 친수성기가 함께 있으며, 친유 성기 부분이 기름을 둘러싸고 동그랗게 미셀 구조를 형성해서 피부로부터 분리되기 쉬운 상태를 만듭니다. 이런 원리로 비누 거품을 내서 손을 문질러 씻으면 세균 등의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으며, 이때 단순한 비누와 접촉만 하지 말고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 빡빡 씻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비누가 세균을 죽이는게 아니라면 여럿이 함께 쓰는 고체 비누는 세균으로 가득할 것이므로 비위생적이지 않을까요? 결론을 말하면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비누는 PH가 높아서 세균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PH가 높다는 것은 알칼리성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비누가 아닌 비누 거품에는 세균이 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손을 씻기 위해 비누로 거품을 낸 뒤 거품이 묻은 비누를 그대로 비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곤 하는데, 이때 거품 안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합니다. 이 세균은 받침대로 옮겨 갈 수 있으므로 비누가 세균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세균이 많이 손에 닿은 상태여도 손을 물로 씻으면 세균이 함께 씻겨나가므로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게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