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 머리가 있는 이유는 감각기관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가미의 존재도 뇌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우리의 선조는 물고기와 같은 형태로 물속을 헤엄쳐 다녔습니다. 그 몸이 6억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인간의 몸으로 진화해왔습니다. 물고기였을 때 지느러미였던 부분이 그대로 손과 발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호흡기관이었던 아가미는 무엇으로 변했을까요?
초기의 태아 크기는 5mm 정도인데, 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과 목 주변, 목에 해당하는 부분에 동글동글한 것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새끼 물고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경단 같은 것이 성장하면 물고기의 경우 아가미가 됩니다. 즉, 태아의 목 주변의 경단도 아가미가 될 예정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인간은 아가미로 사용하던 것을 진화 과정에서 다른 용도로 바꿔 사용했습니다.
아가미에는 신경과 혈관이 뻗어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아가미로 뻗어야 할 신경이 뇌신경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뇌에는 12개의 뇌신경이 뻗어 있습니다. 그 중 3개는 감각기관인 눈과 코와 귀로 뻗어 있고, 남은 9개 중에서 5개가 아가미로 뻗어 갈 신경으로 안면신경, 삼차신경, 설인 신경, 미주신경 그리고 미주신경에 부속된 부신경입니다.
남은 4개 중 3개는 눈동자를 움직이는 신경이고, 남은 하나도 혀를 움직이는 신경으로 모두 머리와 얼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즉, 뇌신경은 뇌를 발달시킨 감각기관으로 뻗어 있는 신경과 아가미로 뻗을지도 몰랐을 신경, 그리고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존재했던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뇌신경을 살펴보면 머리가 감각기관과 아가미로 이루어졌던 인간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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